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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무서운 속도로 열중했다, 이 섬에 무슨 일이

작성일23-11-06 13:13 조회수 1,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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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9(걷구 줍구 담구)플로깅 충남도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한 플로깅은 남당리에서 어사리까지 해안가를 걸으며 진행되었다 ⓒ 최홍락


지난 10월 28일 충남 홍성군 남당리에서 바다 플로깅 행사가 있었다. 남당항이 있는 천수만은 태안 안면도와 서산시 부석면, 홍성군 서부면, 보령시에 둘러싸여 있다. 남당항은 천수만에서도 유일하게 내륙 해에 면한 항구이자, 대하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플로깅(plogging)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우리말로는 '줍깅'이라 하는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며 플로깅을 함으로써, 운동과 환경보호라는 일석이조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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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깅 중 스티로폼 가루를 수거하는 미션을 수행중인 어린이 참가자 미세플라스틱으로 가기 전, 모래알 보다 굵은 스티로폼을 수거하고자 체에 모래를 거르고 있다 ⓒ 최홍락


실제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은 스쿼트 자세와 유사해 운동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기업도 사회적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플로깅 활동에 대한 기부 캠페인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운동 효과보다는 쓰레기 줍기를 우선으로 한 친환경 참여형 봉사활동도 대중화되었다.

일본은 '스포고미월드컵'이라 하여, 스포츠와 쓰레기라는 뜻을 정해진 구역 안에서 제한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쓰레기를 줍는지 승부를 겨룬다. 엄연히 규칙과 심판이 있는 스포츠로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동경이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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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9(걷구 줍구 담구)플로깅 후 부대행사장 플로깅 참여객들을 대상으로 충청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에서 탄소중립실천을 위한 가이드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최홍락

 
이날 충남도자원봉사센터에서 마련한 999(걷구 줍구 담구)플로깅은 남당항에서 어사항까지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마련된 미션을 수행해 돌아오는 행사이다. 수행 스탬프 숫자만큼, 다양한 체험환경프로그램과 함께 생활에 유용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획득할 수 있었다.

사전 신청자와 현장 신청자 집계 결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신청자가 예상외로 많았다.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주말에 이왕이면 자녀와 함께 의미 있는 경험을 해봄으로써,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동경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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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군 에너지자립섬 죽도 2016년 한화그룹과 신재생에너지 자립섬 구축사업을 통해 전국최초 ‘에너지 자립섬’으로 재탄생했다. 마을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신재죽도는 2016년부터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시스템(태양광, 풍력)과 ESS(전력저장장치)로 공급하고 있다 ⓒ 최수경


이날 행사는 남당항 앞에 떠 있는 섬 '죽도' 플로깅도 진행되었다. 정원 30명을 훌쩍 넘겨 대기자가 두 배를 이룰 만큼, '섬'이라는 장소성은 참가자들의 요구를 끄는 매력 요소였다.

죽도는 2016년 전국에서 최초로 에너지자립을 이룬 섬이기에 장소가 의미하는 기대가 컸다. 30여 가구가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사용하고 있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는 청정 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도는 전문적인 안내 해설자가 동반해 플로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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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9(걷구 줍구 담구) 죽도 플로깅에 참여객들의 죽도 트레킹 3km의 섬을 한바퀴 도는 동안 거점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생물다양성에 관하여 어린이의 눈높이로 해설을 한다. ⓒ 최수경

 
탐방로와 해안을 끼고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행사였지만, 탐방로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둘레길 등 섬 관광을 위한 인프라가 좋고, 경관 개선 등 방문객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걷기보다는 쓰레기 줍기에 목적을 갖고 온 어린이들에게는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해안가에 도달했을 때, 어린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쓰레기 줍기에 열중했다. 부모님들도 냉장고만 한 스티로폼을 번쩍 들어 걷어내기 시작했다. 모래 속에 묻힌 밧줄을 가족이 매달려 줄다리기하듯 씨름하고, 모래에 파묻힌 비닐을 잡아당기고, 페트병 속의 물을 빼고, 부러진 대나무 깃발을 끌고 오는 등 어린이들의 활동은 매우 눈부셨다.

더 좋은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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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9(걷구 줍구 담구) 죽도 플로깅 활동에 참여한 어린이 플로깅을 통해 운동효과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자원봉사, 새로운 관심, 주변에 긍정적 효과 등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어서 특히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참여는 권장할 만 하다. ⓒ 최수경

 
과거 쓰레기 줍는 사람을 넝마주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되는 쓰레기를 주워 고물상에 파는 사람들이었는데, 넝마가 탐하는 쓰레기는 사실 엿장수의 엿과 맞바꿀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넝마주이는 주로 다리 밑에서 거주하고 행색이 초라하다 보니 대중의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받던 업종인 쓰레기 줍기가 플로깅이라는 환경운동으로 정착한 것은 어쩌면 닥쳐진 지구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쓰레기가 폐품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고, 다시 재활용 자원으로 격상되게 된 것은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자연과 환경이 주는 건강함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섬 클린 활동에 나서는 여행상품에 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 청년들로 이루어진 여행 상품의 경우, 1박 2일 동안 수거한 쓰레기의 양이 섬 주민이 한 달간 수거한 쓰레기의 양과 같았다(하나뿐인 지구, 2016.3.25. EBS). 연로한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에 오래도록 쌓여 방치된 해양쓰레기들을 치워준 청년들이 고마워 주민들은 맛있는 저녁상을 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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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죽도 플로깅 참가자들 본격적으로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동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참가자들은 쉴 틈 없이 수거작업에 열중했다. ⓒ 최수경

 
플로깅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으로서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관심 영역을 통해 본인의 발전을 이끄는 자기 계발의 의미도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동기 역시 참여 효능감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여가적 동기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히 여가의 의미로써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플로깅 참여자들의 참여 동기가 참여 효능감과 자아존중감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2022 채수원,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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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도 플로깅 기념 작품 바다 플로깅 후 파도에 닳은 돌멩이와 유리조각 뒤에 자석을 붙여 현관에 걸어놓았다 ⓒ 최수경

 
플로깅을 마친 참가자들이 손에 받아 든 것은 제로웨이스트 선물이었다. 제로웨이스트란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및 판매까지의 과정에서 재활용을 극대화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코코넛 껍질과 대나무로 만든 야자솔, 친환경 원료로만 사용해 맨손 설거지가 가능한 설거지 바, 코코넛 수세미, 라텍스 고무장갑, 천연 수세미를 잘라 만든 비누받침과 수세미, 강화 산 소창 행주 등. 제로웨이스트 상품들은 우리가 쓰레기를 줍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었다. 가족 나들이의 선택이 어렵고 숭고했던 친환경운동을 세계가 응원하는 일상의 실천 문화로 바꾸어 놓았다. 

석유로 만든 폐플라스틱은 다시 석유로 재생되고 있다. 도시유전사업이라 불리는 열분해유의 생산이다. 폐비닐, 폐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원이 된 세상. 그렇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지구를 구하는 신 넝마주이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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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깅 후 제공된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제품들 쓰레기를 줍는 경험과 연동해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 최수경